녹내장 10명 중 1명은 2030, '안압 조절'이 핵심

하보니

고혈압·지방 쌓이면서 발병 위험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진 녹내장은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녹내장 환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중장년층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발생 빈도가 잦은 녹내장이 최근 젊은 층으로 확대 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로 녹내장과 관련성이 높다고 알려진 고도 근시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과 잘못된 식습관으로 고혈압·내장 지방에 의한 대사 질환자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대비 2023년 녹내장 환자 수는 약 88% 증가했다. 특히 20~39세 젊은 녹내장 환자 수는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내장은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다. 안압이 높아지고 눈쪽 혈액 순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신경이 점차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뚜렷한 증상이 없어 알아차리기 어려운 탓에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도 불린다.

최근 2030 환자가 늘고 있는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대사 질환자의 증가다. 대사 질환은 한 사람에게 혈압 상승이나 복부 비만, 고혈당 등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 인자가 겹쳐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각종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사 질환은 녹내장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기반으로 대사 질환이 있을 경우 녹내장 유병률(5.7%)이 정상군(3.5%) 대비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대사 질환자가 섭취하는 다이어트약 또한 녹내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다이어트약에는 '토피라메이트'라는 성분이 흔히 사용된다. 본래는 항경련제로 사용되는 토피라메이트는 눈 안쪽에 부종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부종은 방 수가 배출되는 통로 쪽 전방각을 좁게 만들어 방수가 빠져나가는 것을 방해 한다.

고도 근시 환자는 안구의 앞뒤 길이가 정상 눈보다 상대적으로 길다. 따라서 고도 근시도 원인으로 꼽힌다. 눈을 지지하는 구조물의 두께가 얇고 힘도 약하다. 시신경이 쉽게 손상될 수 있는 환경이다. 최근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로 고도근시 환자가 늘고 있는 만큼, 젊은 층 녹내장 발병에도 영 향을 미쳤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녹내장은 30% 이상 시신경이 손상된 후에야 서서히 이상 소견이 나타난다. 증상을 자각한 시점에선 이미 녹내장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녹내장 치료로 가장 먼저 시도되는 방법은 안약을 넣어 안압을 조절하는 것이다. 안약 처방은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눈 상태와 기존 복용 약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된다. 정종진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전문의는 "녹내장은 초기에 인지하기 어려운 만큼 40세 이상이면 1년에 한 번은 정기검진을 받고 이상이 발견되면 즉시 안과 전문의와 상담해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녹내장은 일상 속 습관에 영향을 받는 질환이므로 평소 규칙적인 수면, 안압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유산소 운동, 금연과 금주 등 꾸준한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