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로를 달리다 보면 다양한 색상의 자동차 번호판이 눈에 띈다.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는 푸른색, 화물차는 노 란색 번호판을 사용하는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색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연두색 번호판이다. 이는 법인이 운용하는 차량 중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부착해야 하는데, 차량의 사적 이용과 세제 혜택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최근에는 이 연두색 번호판을 두고 사람들의 인식이 엇갈리고 있다. 고급차의 상징으로 여겨 일부는 선호하는 반면, 시선을 의식해 기피하려는 이들도 있다.
연두색 번호판을 달아야 하는 이유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법인이 사업용으로 사용하는 차량의 경비처리 남용을 막기 위해서 연두색 번호판 제도를 두고 있다. 먼저, 법인세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법인세법시행령 제50조의 2 제4항
제50조의 2 [업무용승용차 관련비용 등의 손금불산입 특례]
4법 제27조의2 제2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용 사용금액'이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금액을 말한다. 다만, 해당 업무용승용차에 기획재정 부령으로 정하는 자동차등록번호판을 부착하지 않은 경우에는 영(0)원으로 한다.
다시 말해, 번호판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차량 운영에 따른 감가상각비는 물론이고, 각종 유지비조차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어떤 차량이 이 규정의 대상이 될까? '자동차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에서 기준도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제1조의 2 제5호 나목
제1조의2(정의)이 고시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5. 법인업무용 자동차 : 다음 각 목에 해당 하는 승용자동차.
나. 비사업용 승용자동차로서 「자동차관 리법」 제7조에 따라 자동차등록원부에 기재된 자동차 소유자가 법인인 취득가액 8,000만원 이상의 승용자동차.
결국 두 가지 규정을 종합해보면, 법인이 8,000만 원 이상의 고가 승용차를 업무용으로 등록해 운용하려면 반드시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차량의 감가상각비, 렌트비, 리스료 등의 차량 자체의 비용은 물론 주유비, 수리비 같은 유지비용조차 경비로 인정받지 못한다. 따라서 법인이 고가 차량을 업무용으로 사용하면서 비용처리를 하려면 연두색 번호판은 필수라는 결론이 나온다.
연두색 번호판 피하려는 꼼수
뉴스를 보다 보면 법인들이 고가의 승용차를 운용하면서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회피하려는 다양한 꼼수들이 등장한다. 9,000만원짜리 자동차를 구입하면서 판매 대리점과 다운계약을 하고 증빙은 7,900만원으로 발행한 다음 나머지 금액은 별도로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또는 차량을 개인 명의로 등록해 실제 차량 대금은 법인이 내 는 사례도 있다. 이 외에도 차량의 제작연도나 차대 번호를 조작해 차량의 기준 가격을 낮추는 방법 등이다.
하지만 어떤 꼼수도 합법적인 것은 없어 보이며 나중에 세무조사나 검증에서 밝혀지면 단순히 차량의 비용만 경비처리를 못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탈세, 문서 위조 등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연두색 번호판을 달아야 하는 기준
그러면 어떤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이 부착되는 걸까? 앞서 잠시 언급했듯, 기준은 '차량가격 8,000 만원'이다. 결국 차량 가격이 8,000만원을 초과하면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야 하고 8,000만원 이하라면 일반 번호판을 달게 된다.
중요한 건 이 '8,000만원'의 의미다. 결론부터 말하면, 8,000만원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공급 가액 기준'이라는 점이다.
보통 우리가 구입하게 되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판매사에서 책정하고 있는 가격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제네시스의 GV80의 기본 모델은 대략 7천만원 정도이다. 그리고 이 차량의 공급가액은 약 6,360만원 정도로 이 때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더라도 연두색 번호판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만약 기본 모델에 여러 옵션들을 추가하여 가격이 8,100만원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일단 가격 자체는 8,000만원을 넘으니 대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부가가치세는 빼야 하니 약 7,360만원이 공급가액이 되고 이 경우도 연두색 번호판 대상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결국 차량 가격이 8,800만원 이상이 되지 않으면 공급가액이 8,000만원을 넘지 않으니 연두색 번호판에서 자유롭다는 결론이 된다. 참고로 8,800만원을 넘더라도 차량 제조사의 할인 적용으로 최종가격이 8,800만원 이상이 아니라면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