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신경마비: 에어컨 틀고 자다가 입 돌아갈 수도

하보니

무더운 여름, 잠에서 깨어보니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 있거나,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아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얼굴의 변화에 뇌졸중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같은 증상은 말초 안면신경의 일시적인 마비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이를 '안면신경마비'라 부른다.

안면신경마비는 얼굴 근육을 담당하는 안면 신경의 기능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체온 저하, 과로, 스트레스 등으로 일시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안면신경절에서 바이러스가 활성화돼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겨울철에 주로 발생한다. 하지만, 여름철에도 에어컨 바람을 장시간 과하게 틀어놓고 취침하면 체온이 낮아지고 면역력이 저하돼 안면신경 기능이 손상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안면마비는 최근 3년간 매년 9만명 이상이 진료를 받을 만큼 의외로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방치할 경우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 음식물을 씹거나 말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눈이 잘 감기지 않아 안구 건조나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눈이나 안면부의 떨림이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안면신경마비 증상이 시작된 후 가급적 즉시 적어도 수일 이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률이 80~90%를 넘는다"며 조기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면신경마비의 치료는 원인과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는 염증과 부종을 줄이기 위한 약물 치료가 중심이 된다.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일 경우에는 항바이러스제제 요법을 통해 신경 손상을 막고 회복을 돕는다. 증상이 심할 경우 근육 기능 회복을 위한 물리 치료와 재활 치료도 병행된다. 진단은 신경학적 검사와 MRI 등의 영상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진단과정에서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얼굴 떨림 증상이 반측성 안면경련과 혼동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반측성 안면경련은 얼굴 전반에 경련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뇌혈관이 원인이 되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안면신경마비는 생활습관 관리로 예방할 수 있다. 찬 바람이 얼굴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수면시 안면부의 보온에 신경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면역력을 유지하고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면신경마비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초기 대응에 따라 회복 경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얼굴에 이상 마비 증상이 느껴진다면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의료진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