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합의했어도 승낙 없이 합의서 만들면 사문서위조죄 성립 가능

하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법률관계를 형성할 때 문서를 잘 작성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특히 '서로를 믿고 거래를 한다.'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면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로써 대부분의 중요한 문제들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법률상으로는 단순히 말로써 하는 합의도 똑같은 효력을 갖는다고는 하지만,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문서와 같은 명확한 서류가 없다면 입증을 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말로써 한 합의내용을 그 내용 그대로 상대방 몰래 합의서를 작성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먼저 사문서위조죄란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 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 등을 위조해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또 위 조된 문서를 실제로 사용한다면 별도로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추가됩니다. 여기에서 '위조'라는 의미는 작성권한이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서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사안은 대학교수인 김씨가 2006년 5월 윤모씨로부터 특허권을 1억원에 이전받기로 하고 회사를 차리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잔금을 치르지 못해 결국 이와 관련된 소송을 당하게 된 일에서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회사 동업자와 특허권리이전대금을 반반씩 부담하자는 합의를 하였는데, 그 뒤에 동업자 몰래 합의내용을 '확인서'라는 형식의 문서로 만들어서 법원에 제출했던 것입니다. 이 부분이 문제가 되 어서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죄 혐의로 불구속기소되어 재판을 받았던 사안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안에 대해서 "피고인과 동업자 사이에 합의서 내용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합의까지 이루어졌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지만 대금 분담에 관한 논의를 넘어 동업자가 피고인에게 이러한 확인서를 실제로 작성해 날인한 후 법원에 제출하는 부분까지 승인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결국 합의 내용 그대로 문서를 만들지라도 문서의 명의자로부터 문서의 작성과 제출부분에 대해 따로 허락을 얻지 않았다면 법률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재판부 또한 이 사건에 대해서 "문서내용의 진실 여부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문서위조죄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언급하면서, "피고인이 문서로 작성해 제출할 권한까지 위임받지 않은 채 이와 같은 확인서를 만들어 행사한 이상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던 것입니다.

문서와 관련된 형사처벌의 목적은 바로 문서에 대한 거래의 안전과 신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문서의 성립과정의 진정성을 보호한다는 것을 형식주의라고 하는데, 원칙적으로 표시된 내용의 진실성을 묻지 않고 문서의 작성명의를 위조하는 것을 처벌하는 입장이 바로 우 리 형법의 기본원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법률관계의 성립단계에서 합의내용을 분명히 문서로 남겨 두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특히 타인명의의 문서는 반드시 그 명 의인의 허락을 받아서 작성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